“지방대 다니느니 차라리 자퇴가 낫겠다고 무시한 친구 엄마에게..” 하지만 알고보니 다른 이유가..
중학교 시절에 일어난 일이었다.
나는 하율에게 다가가 그날 우리 집에 와서 내 수행 평가를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.
나는 그애가 그 분야에 능숙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. 하율은 “그래 내가 도와줄게 같이 하자”라고 흔쾌히 동의했다.
안녕하세요! 윤지 어머님, 처음 뵙겠습니다. 제 이름은 하율이고 윤지의 동급생입니다.
너제 부모님 직업은 뭐니?
아무리 친구 엄마지만 무례하네..부모님 직업까지 물어보고.. 저희 아버지는 수건 공장에서 일해요.
이 동네는 공업단지 안에 있어서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.
직업이 생산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빨리 이사를 가는게 좋겠네..
그러면 아줌마는 왜 이 마을에 사시나요? 좋은 동네에 안 살아요? 빨리 이사 하세요.
너네 이 이런 집인지 몰랐네.. 우린 2년 뒤 서울 황금마을 아파트로 이사할 예정이다.
어차피 대학도 서울로 갈 거라 아휴 너는 공부나 열심히 해라.
너희 아빠 봐봐 공부 못해서 저렇게 공장이라고 고생하잖니.
돈도 쥐꼬리만큼 받고 너도 아빠 닮았으면 당연히 공부 못하겠다.
학원 갈 형편은 되니? 너무 형편 어려우면 우리 윤지한테 공부 좀 알려달라 해 부끄러워하지 말고 가난한 건 죄가 아니다.
머리 나쁜 게 죄지.. 저는 공부 잘하는 편인데요.
일 등까진 아니더라도 반에서 삼 등은 한다구요.
윤지보다 등수 높은데요. 그래 삼 등 중학생이 좀 하면 뭐하나 어차피 고등학생 되면 뒤쳐질 텐데 독학은 한계가 있단다 .
아직 어려서 뭘 잘 모르나 보네..
저는 너무 화가 났습니다.
저희 아빠는 수건 공장에서 일합니다.
어렸을 때 공부를 잘하셨지만, 대학 갈 돈이 없어 생업에 뛰어드셨거든요.
저는 성실한 저희 아빠가 존경스러웠어요.
하율아 아빠가 어렸을 때 돈이 없어 대학을 못 갔단다 꼭 공부를 잘할 필요는 없단다.
하지만 너가 하고 싶다면 아낌없이 지원해 줄게.
아빠는 너가 돈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거 원치 않는단다.
전 아빠의 못 다 이룬 꿈을 대신 이루어 드리고 싶었어요.
직업만 보고 사람을 무시하는 아줌마 콧대도 눌러주고 싶었구요.
고등학교 진학 후 윤지는 이사를 갔습니다. 그리고 저는 점점 더 성적이 올라 매번 전교 일등을 찍었죠.
와~ 이번에도 모의고사 만점이야 대단하다.
쉬는 시간에도 공부하다니 와 진짜 독하다 비법 좀 알려주라.
하지만 수능날 긴장했던 탓일까요? 대학교 입학식 저는 서울대를 가고 싶었지만 실패하였습니다.
아빠 서울대 못 가서 죄송해요. 열심히 했는데 너무 긴장했나 봐요.
괜찮아 하율아 대학 간판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대학에 지방에 있으면 뭐 어때 넌 최선을 다했구 충분히 잘했어.
너 김윤지 아냐 너 서울로 대학 갈 거라더니, 나랑 같은 지방대네,
반갑다 너랑 나랑 동교 취급하지 마라 우리는 근본이 다르거든.
하율이 너 역시 지방대학이구나.
설마 우리 윤지랑 같은 대학이라고 같은 급이라 생각하는 거 아니지?
윤지는 곧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편입할 거란다.
이런 지방에서 뭘 하겠다고 .. 참 그냥 자퇴하는 게 어떠니.
여기 학교 나와봤자 등록금만 날리고 취업도 안 될 텐데 그나저나 난 전공이 뭐니?
전 의학 전공이에요.
뭐 간호조무사 뭐 그런 거야?
아니 의과대학
뭐 의사라고 예비의사 뭐, 뭐 의대 ??
참교육이 따로 필요한가요 이 한마디로 사이다 날린 것 같아요.